미술감상은 "제2의 창작과정이다"
'미술을 어떻게 감상해야 되는가?'하는 의문은
실제 창작의 치열한 격전을 벌이는 것보다 더 어려운 문제일 수도 있다.
생각에 따라서는 지극히 편안하고 가까운 일상적 취미로서 접근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자리잡지 못한 학문이지만
'미술감상학'이라는 독립된 영역의 학문이 서구에서는 자리잡고 있다.
이것은 최근에 와서 갈수록 난해해지고 있는 현대 미술사조의 이해와 생활 깊숙히 공존하게 된 각종 미술매체의 빈번한 접촉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통예술에 대한 인식이 점차 희미해져 가고 있다는 점에서도 크게 요구된다.
미술품의 감상은 사실상 '제2의 창작'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작가와 작품, 감상자 사이에 중요한 관계를 설정하게 된다.
이를테면 어느 작가가 제작한 추상화 한점은 작가와 작품의 매체가 이루는
제1의 관계를 형성하는 창작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또 그 작가가 표현한 자신의 내면적인 미감(美感), 감동, 인식, 동적 직관에 기인한
모종의 몸짓 등은 미술의 영역인 조형적 방법을 통해 감상자에게 보여진다.
그러나 엄격히 따져보면
이미 그와같은 첫번째 과정을 통해 제작되어진 한점의 추상화는
다시 수많은 개성과 특성을 갖는 제3자에게 와 닿을 때,
창작자가 첫번째 단계의 창작과정에서 의도했던 그와같은 미감, 감동, 인식, 충동적 직관 등은 전혀 다른 형태로 변질되어 받아들여 질 수 있는 문제다.
그럼으로써 이에 작품을 대하는 감상자의 입장은 제2의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는 첫번째인 창작자와 작품, 두번째인 작품과 감상자와의 상호관계가 일치할 수 없으며
일치하기를 기대하기란 지극히 미세한 가능성만을 남겨 놓게 되는 것이다.
때때로 우리는 여럿이 모여서 친구들끼리 미술관을 가거나 학교에서 단체관람을 한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그 미술관에 걸린 작품들을 바라보면서
모두가 자기입장에서는 어떻게 느꼈으며 또 어떠한 의도로 작가가 표현했으리라는 추측을 나열하게 된다.
물론 그 내면에는 자신만이 좋아하는 색채, 얼굴형, 전체적인 분위기, 소재, 심지어는 액자나 크기, 작가, 유파, 나라, 민족, 종교 등이 총체적으로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 작품이 만일 사실적인 구상화가 아니라 형태를 알아 볼 수 없는 추상화였을 경우는
더더욱 서로간의 의견과 시각차이를 보이게 된다.
서양미학에서는 이와같은 제1, 제2의 상호관계를 보다 더 학문적으로 체계화하고 분석하기 위하여
'수용미학'이라는 영역을 독립시켜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감상학의 가장 중요한 분야라고 볼 수 있는 이 '제2의 창작' 현상은 본격적인 연구가 이루어져 있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두가지의 시각으로 압축될 수 있다.
하나는 작가의 의도가 작품이라는 표현수단을 통과해서 감상자에게 전달되는
조형언어가 일치해야만 된다는 시각이다.
그 반대로 작가의 의도는 어찌됐든 감상자의 입장에서 작품에 대해 느끼는 감정
그 자체로서 작가와는 관계없이 이미 감상의 본질이 형성된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만일 후자의 입장에서만 작품을 감상한다면 첫머리에서 이미 언급했듯이
미술감상은 쉽고 편안한 편으로 기울겠지만
전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감상자는 그보다는 훨씬 더 어려운 단계를 거쳐야만이
진정한 감상의 요건을 갖추게 된다.
왜냐하면 그 작가의 모든 사상과 미술사적 위치, 제작시기, 제작 당시의 감정, 가정생활, 성격 등을 고루 이해해야 비로소 작품의 본뜻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이상적인 미술감상은 어떤 쪽일까.
전자는 거의 객관적 감상이라고 본다면 후자는 주관적 감상의 자세일 것이다.
올바른 감상의 요건은 이 양자를 얼마만큼 잘 조화시킬 수 있는가 하는 데에서 좌우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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