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사랑 주영 윤소연 홈피에서 스크립

덕유파스텔 2006. 10. 4. 19:53

                            

 

 

 예쁜딸 홈피에서 복사


아마 나는 봄을 앓는가 봅니다.


 


바람많은 바다자락에 붙은 상해는


봄이 한창입니다.


 


볕 바른 매화는 이미 꽃잎을 날리고,


조근조근한 냉이꽃은 바닥에 하얗습니다.


문득 일렁이는 바람에 고개를 들어 바라봅니다.


시선이 가 닿은 곳은 늘 뜻하지 않아도 머무르는 동북.


사랑하는 고운 이들 오늘 하루 살고 있을 그 하늘.


눈을 감아.


그 하늘 아래를 그려냅니다.


 


어머니.


 


언젠가 제가 어머니께 남긴 글에


봄을 그리는 딸의 모습이 눈에 선해

 

마음 아프다 하셨지요.


아마 따듯한 마음으로 말씀하시는 

 

그 눈에 보이는 봄 풍경은


제 눈에도 비쳐올 겁니다.


매일을 다녀가는 봄을

 

많이 많이 담아 넣으시길 바랍니다.


 


아버지.


 


창 밖으로 봄 햇살 아래

 

버드나무 여린 새순을 바라보다

 

혼곤히 잠이 들었을 때,

 

열두어살 난 어린 딸이

 

당신을 따라 산을 오르던 날의 꿈을 꾸었습니다.


씹으면 단 맛이 나는 새순,

 

신 맛이 나는 새순,

 

쓴 맛이 나는 새순.


일러주시며 갈빛 그을린 이마에

 

송글한 땀을 훔쳐내시던 덥수룩한 까만 머리, 

 

웃던 그 입매,

 

어마어마해 보였던 못 박힌 손.


꿈에서 깨어나.


한참을 창 밖에 버드나무가

 

햇살에 반짝이는 모양에

 

넋을 놓고 보고만 있었습니다.


안녕하신지요. 


 


오라버니.


 


아마 아직 이 봄은

 

오라버니가 있는 군대라는 곳의 담을 넘지 못했만.

 

보여주고 싶어.


죽은 것만 같았던 거칠한

 

나무에도 새순이 피어나는 걸.


우리 대추나무는. 잘 살고 있을까?


 


지성.


 


경영관에서 내려오는 길,


빈약해만 보였던

 

키 작은 벗나무에 벗꽃은 피었는지 모르겠네요.


처음 당신과 걷던 길이라

 

한갖 마주하는 길가 먼지 뒤집어쓴

 

상해의 보잘것 없는 벗나무조차 꽃을 피우면

 

그 길이 떠오릅니다.


길을 따라 걸으면

 

나무 아래 등 대고 기대앉아 아무 말 없던 우리


창경궁 그 시간으로 갈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나와 다르지 않아,


처음부터 끝까지 나의 행복만을 빌던

 

당신이 떠오릅니다.


 


워나.


 


뜻없이 흘린 말에

 

너는 정말 주먹만한 목련을 따다 주었지.


너는 잊었더라만은.


아마 그것은,


숨을 쉴 때마다 폐에

 

얼음이 들어와 박힐 것만 같은 겨울이 지나면.


봄은 조용히 매일을 다녀가고,


누군가 꽃으로 그 곳에 있을 것이라는 약속.


 


 


 


괜한 기대로 부풀려진 마음은


정작 다가온 현실에는

 

늘 만족하지 못하는 법이기에


나는 봄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모든 기대를 접어 닫혀진 마음에도


봄은 살랑이며 불어듭니다.


 


눈을 감으면 홀연히

 

기억들이 그 봉오리를 터뜨리듯 피어납니다.


향기도 제각각이라 울고 웃지만,


봄은.


겨울이 지나면 오는 봄은.


겨울이 지나야 오는 봄은.


그래서 아마 나를 앓게 하는 모양입니다.

 

 

봄입니다.


이런 내게도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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