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글

보라빛 망각에 대한 횡설수설

덕유파스텔 2008. 4. 29. 00:56
           

                     

                      2008. 3월작. 기다리고 있을 환희. 복합재료 ..


                     

                    깨어나니

                    생각이라는 것을 하는 곳을

                    송곳으로 삐긋 찔린 느낌이 들었다.

                     

                    욱신.

                    한 듯 하면서도

                    텁텁해 입맛을 다신다.

                     

                    뭔가 잊은 게 있는데 말이지.

                     

                    그게 뭘까 생각하다

                    터벅터벅 걸어 냉장고를 열었다.

                    냉장고 안에는 반가운 맥주가 두어캔,

                    커다란 우유가 두개.

                    우유?

                    쭈그리고 앉아서 안을 살폈다.

                    열어볼 마음이 싸악 가지는 반찬 통이 세개,

                    케찹이며 타르타르 소스 같은 것 대여섯개,

                    썩어 문드러지겠다 싶은 야채가

                    지퍼백에 두서너개.

                    그리고 우유.

                     

                    그러니까 왠 우유?

                     

                    얼어붙을 듯 차가운 맥주를

                    꺼내 헐떡거리며 들이켰다.

                     

                    그러니까 왠 우유,

                     

                    캔을 들고 돌아와

                    소파에 뭍히고 나서도 떠올랐다.

                    반쯤 빈 한통.

                    그리고 갓 짜내 날짜도 오늘인 한통.

                     

                    머리를 긁던 손이

                    헝클려 여기저기 긁어대다가

                    결국 목덜미까지 내려왔다.

                     

                    그래서 왠 우유!!

                     

                    짜증이 밀려와 남은 맥주를 꿀꺽 하고는

                    뜻없이 눈을 감았을 때

                    스릅.

                    침을 닦아내며

                     

                    생각했다.

                     

                    우유.

                     

                    그럼 또 어제의, 혹은 오늘의

                    기억이 또 사라진건가.

                    나는 어디 간게지.

                    아니 나의 기억은 어디 간게지.

                     

                    달빛이 웃는다.

                    ...........